AB² 의 욕심없는 삶

사진 포함 원문 => http://www.labortoday.co.kr/photo/view.asp?arId=46753

<기획연재> 론스타, 그들만의 선진금융기법 ⑤너의 위기는 나의 힘
'금융위기'…피해는 서민 몫 이익은 극소수에

한국판 '철의 유착' 인맥 형성…고수익 맛본 투기펀드 오히려 '위기' 갈구

최 근 우리의 노사관계는 서로 상대가 분명한 기업내부 노사관계보다 지배구조와 소유권 변동 등 불안정한 외부변화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선량하게 아무리 열심히 일했어도 한 순간 회사는 합병당하고 직원들은 구조조정 대상자로 내몰린다. 더구나 투기자본의 본격적인 활동은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관련된 제조업과 민간기업은 물론 공기업의 운명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소수의 대주주와 이에 결탁한 관료들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시민과 빈곤층이 희생당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세계화 시대에 온갖 경계를 넘나드는 ‘투기자본’의 실체와 문제점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은 노동운동과 노사관계의 또 다른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최 근 벌처펀드 론스타(Lone Star)에 합병당한 외환은행 노동자들도 이와 같은 처지가 됐다. 금융위기의 모순 속에서 필요악으로 등장했지만, 이제는 한 국가의 공공부문까지 쥐락펴락할 정도로 급성장해 버린 론스타의 영업행태를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삶과 일터,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돌이켜 보기 위해 기획시리즈 <론스타, 그들만의 선진 금융기법>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외환위기 당시 구조개혁기획단 일원이었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당 시 처리했던 일들 중에 가장 아쉬운 일은 제일은행 매각이다. 그런 대형 매각은 전례가 없었고 또 꼼꼼히 처리할 시간도 없었다. 당시 우리는 주말도 없이 일했고 새벽 퇴근이 예사였다. 그런 와중에 IMF는 선례를 보여달라며 강하게 압박해 왔고, 때문에 우리는 시간에 쫓기며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은행 매각이 졸속으로 처리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 고위 관계자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운 교훈”이라고 표현했다. 당시만 해도 풋백 옵션이 그렇게 위험한 조항인지 몰랐고 펀드에 은행을 팔면 미주지점을 폐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맞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교훈이다. 그런데 그 교훈은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망각됐다.

정부는 ‘외자=선진금융기법’이라고 여기는 듯하지만, 선진금융기법의 본산인 미국이 펀드에게 은행을 넘기지 않는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구차한 이유를 다 떠나서 이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외환은행 매각은 잘못된 결정이다. 게다가 제일은행을 매각할 때만큼 위급한 상황도 아니었다.

제일은행 매각의 값비싼 교훈은 어디로?

2001년 12월 예금보험공사 창립 5주년 기념세미나 자료는 ‘은행의 사모펀드 매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사 모방식은 투자자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협상을 통해 주식을 매각하는 일종의 수의계약이라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정부가 미래주주의 성향을 선택할 수 있고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주식공급을 줄임으로써 물량부담을 주지 않으며 주식매각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충분한 수요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가격담합 등을 통한 불공정거래가 있을 경우 저가매각이라는 부담이 발생하고 매각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책임소재 규명 등 소모적인 논쟁에 추가적으로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외환은행 매각은 위에서 언급된 모든 문제를 보여주었다. 수의계약 형식, 가격담합 등을 통한 저가매각, 매각과정의 불투명성에 따른 특혜시비, 그에 따른 책임소재 규명 등의 소모적 논쟁…. 게다가 위에서 장점으로 언급된 ‘미래주주의 성향 선택’에 있어서도 정부는 굳이 은행경영에 관심이 없는 ‘펀드’를 선택해 단점화시켰다.

외 환은행이라는 한 기관의 입장에서는 1조원의 뉴머니 유치를 큰 성과로 볼 수 있겠지만 매각과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한 지난 국감 당시의 모든 노력들, 실력보다 비용 기준으로 억울하게 명퇴당한 직원들의 눈물, 재투자되지 않고 해외로 빠져 나갈 1조원 이상의 국부 등등 국가적 차원으로 고려하면 꼭 남는 장사라고만 보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매각과정의 불투명성은 이후로도 계속 문제를 일으킬 공산이 크다.

외환은행 매각(이강원 전 행장은 아직 ‘외자유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정을 보면 외자-관료-엘리트층(변호사·회계사)-금융경영인으로 이어지는 긴밀한 관계를 포착할 수 있다.


▲ 외환은행 : 서울 중구 을지로2가에 위치한 외환은행 본점 건물.


퇴직관료들과 투기펀드들의 만남



진념 전 재경부장관은 론스타의 투자길잡이 역할을 한 삼정의 비상임고문을 맡고 있고 동시에 삼정의 관계사인 서정법무법인의 상임고문이다. 이헌재 현 재경부장관은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무대리인이었던 김&장법무법인의 고문이었다.

이 강원 LG투신운용 사장은 전윤철 감사원장(당시 대통령 비서실 실장)과 진념 고문(당시 재경부장관)의 재가 아래 외환은행장으로 발탁됐고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이영회 행장(현 ADB 이사) 역시 진념 고문이 재경부장관이던 시절 임명된 인물이다. 김진표 전 재경부장관은 금감위의 공식 승인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매각’을 공식화했다.

이들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다만 많은 이들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으니 한 가지 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의 고문 위촉 관행 말이다.

2004년 9월 30일자 세계일보에는 ‘퇴직관료 로펌진출 제동’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대 한변호사협회는 30일 로펌에 소속된 고문들이 정해진 임금 이외에 수임 성과급 등을 일체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변호사사무직원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사 자격도 없는 일부 정ㆍ관계 인사들이 전직 고위관료였다는 이유만으로 대형 로펌에 진출하는 것은 지위와 인맥을 이용한 브로커 역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기사에서 언급된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성균관대 교수 임용 청탁 파문으로 지난 7월 물러난 오지철 전 문화부차관은 한달도 안돼 법무법인 율촌의 상임고문으로 변신했고,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도 9월초 율촌의 상임고문으로 영입됐다.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법무법인 세종,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법무법인 화우,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가 법무법인 서정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두 지난해 퇴임 직후다.

사실 기자가 처음 론스타에 주목하게 된 것도 “관료가 나라 다 팔아먹는다”는 모 시중은행 간부의 전화를 받고 난 다음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되물으니 “론스타를 자세히 보라”고 귀띔해줬다. 여러 취재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법무·회계법인이 퇴직관료를 고문으로 모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본인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첫째, 수임실적을 높이기 위해 둘째, 관직 복직에 대비한 보험가입 차원이다.


▲ 아이타워 : 론스타가 6천6백32억원에 인수한 I타워(현 스타타워). 론스타는 1조원 이상에 매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올 해 국민은행 자문료 파동을 겪은 이헌재 장관은 ‘시장주의자(?)’ 김정태 행장으로부터 전화 몇 통화 해주는 ‘자문료’ 명목으로 500만원씩을 받았다. 본인은 세금을 낸 합법적인 돈이라고 강변하지만 한 달을 뼈 빠지도록 일해도 고작 몇 십만원 월급에 만족해야 하는 서민들의 귀에는 어떻게 들릴 지 궁금하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 범위는 ‘기업체의 재산상의 권리에 직접적인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업무’라고 애매하게 규정돼 있다.

게 다가 영리사기업체 규모를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거래액 연간 150억원 이상’으로 제한해 사실상 관료들의 법무·회계법인 진출 길을 터놓고 있다. 과연 법무·회계법인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고문들에게 큰 사무실과 고급승용차, 고액월급도 모자라 수임 성과급까지 지급하는 것일까.

‘관료망국론’의 원조인 일본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2001년 공무원의 재취업시 소속 부처 각료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나 그래도 ‘낙하산 인사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올 8월 각료승인을 내각승인으로 바꾸기로 했다. 우리도 관료의 재취업을 승인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중하급공무원들만 엄격히 규제할 게 아니라 거물급들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 외자가 들어오기는 했는가

지금까지 론스타의 한국진출 이후 행적들을 대략 살펴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의문들이 남는다.

수 출입은행이 왜 그렇게 론스타 외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실제 얼마의 외자가 들어온 것인지(일부에서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도 매입금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탈세(론스타재팬은 400억엔의 세무신고를 누락해 140억엔을 탈세했다)사실을 알고도 승인해 준 것인지 시장에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무슨 비밀이 그리 많길래 막대한 수익이 발생할 외자 환전을 외환은행에서 하지 않고 외국계 은행에서 했는지, 회계법인은 왜 삼일에서 삼정으로 그리 급하게 바꿔야 했는지, 상근감사위원 선임 의무조항은 왜 삭제했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일정 규모 이상 한국의 모든 기업들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를 통한 내부감사, 회계법인을 통한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는 행추위 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모자라 상근감사 선임 의무 정관을 삭제하고 외부감사인은 회기중에 삼일에서 삼정으로 바꿔버렸다. 론스타와 전략적 제휴관계인 삼정이 외환은행을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위기’를 즐기는 자본

론 스타는 분명 개방화된 한국경제에 있어 필요악 같은 역할을 해왔다. 헐값 매각 시비는 있었지만 국내의 수많은 부실자산, 이른바 쓰레기 자산을 집어삼키며 한국 경제 회생의 발판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활동이 지나치게 베일에 가려져 있고 조세회피에 혈안이 돼 있으며, 이익의 환원과 전혀 무관함은 ‘악’의 요소다.

지난 해 국회 자료에 따르면 론스타와 계약을 맺은 채권추심회사들의 대행 수수료를 근거로 간접 계산한 론스타의 투자이익은 외환은행 투자 직전까지 약 1조7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장에서는 투자액의 40% 수익을 거뒀다는 소문도 나돈다. 그리고 그 돈은 한국에 재투자돼 순환되지 않는다. 대학기금, IMF, 세계은행, 연기금, 텍사스 석유재벌들에게 배당금의 형태로 돌아갈 뿐이다.

역사 속에서 자본주의는 항상 모순을 내포해 왔다. 1920년대 대공황에 이어 1980년대부터는 끊임없이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멕시코, 영국, 태국, 미국 등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이는 분명 일시적 모순이 아닌 구조적 모순이다. 전세계 과다한 잉여는 산업시대를 금융시대로 바꿔놓고 있고 그 속에는 하이에나의 속성을 가진 벌처펀드들이 있다.

벌처펀드들은 일정 부분 금융위기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해결방식은 금융위기 발생의 구조적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 금융위기의 피해는 대다수 선량한 민중들이 보는 반면 이익은 극히 극소수의 관료, 엘리트전문가, 자본가들에게 돌아간다. 게다가 고수익을 맛본 벌처펀드들은 끊임없이 ‘위기’를 갈망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시장, 이번엔 ‘부실’ 차이나인가

지 난 해 론스타는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에 발맞춰 한국을 아시아 투자의 중심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론스타의 이같은 선언 이면에는 중국의 거대한 부실채권 시장이 있다. 중국의 화려한 고성장 이면에는 최소 4천억달러(약 440조원)로 추정되는 막대한 부실채권이 있다. 중국 국영은행 임원은 얼마 전 한국은행을 찾았을 당시 “부실채권 규모가 얼마인지 우리도 정확히 모른다”며 “한국에서의 부실채권 처리 기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멋진 시장인가. 그러나 론스타는 지난 달 베이징 사무소 철수를 결정하고 부실채권 투자도 축소키로 했다. 중국정부가 부실채권 정리에 의욕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의 한국만큼 절실하지 않은데다 행정조치 지연 등의 애로가 발생해 론스타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벌처펀드의 속성상 이 황금알을 낳는 시장을 포기할 리는 없다. 다만 때를 기다릴 뿐이다. 위기의 때를 말이다.

앞 서 하버드대학교의 기부금 펀드를 소개한 적이 있다. 한국 정부와 유수의 기업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하버드대학교에 기부금을 내고 그 돈은 다시 펀드매니저들의 손을 거쳐 한국에 재투자되고 그 수익금은 세금 한 푼 없이 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돌아간다. 미국 정부는 한국내 친미인사 육성을 위해 사전에 치밀한 계획 아래 언론인과 유학생을 자국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각종 장학금 지급 등 미국의 자비로움으로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언론인과 유학생들은 국내 유력인사가 돼 입에 침이 마르도록 미국을 칭송하며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제점들을 비교 분석한다.

또 한편 연기금에 퇴직금을 맡긴 미국의 노동자들은 높은 수익률에 만족하며 올 크리스마스 휴가 때는 어디를 갈까 아시아 여행상품 안내책자를 뒤적인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이런 얘기들을 나눈다.

“거리에는 부랑자들이 넘쳐나고 음식은 불결하기 짝이 없더군. 아시아는 아직 문명화가 덜 됐어!”

우리는 이런 요지경 시대에 살고 있다.


<기획연재>를 마치며

론 스타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3일 공정위는 외환은행이 대주주인 동아건설의 파산채권 입찰과 관련, 론스타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펀드에 은행을 매각하면 안되는 이유로 거론돼 온 '기업정보 유출', '거래상 지위남용' 등의 문제가 담겨 있다.

그리고 외환은행 매각설도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수희망자로는 JP모건체이스와 HSBC, ABN암로, 하나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M&A 가능성으로 외환은행 주가는 론스타 인수가의 두 배인 8천원 안팎을 오르내린다. 론스타는 인수 1년2개월여만에 평가차익만 1조2천억원을 거두게 됐다.

론 스타 문제는 비단 금융산업 종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부유출, 억울한 해고, 서민부담 등 국가경제 차원의 문제다. 이것이 바로 외환은행 매각과정, 동아건설 매각 관련 내부거래 의혹 등 베일에 가린 벌처펀드들의 활동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최중혁 기자 jh@labortoday.co.kr

2004-12-06 오전 9:36:09 입력 ⓒ매일노동뉴스

2005/05/0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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